구리 동구릉은 서울 동쪽에 있는 9기의 조선왕릉(15개의 봉분)이라는 의미로 7명의 왕과 10명의 왕비가 이곳에 잠들어 있어 조선왕릉이 제일 많은 곳입니다.
아울러 원이나 묘가 아닌 왕릉만 있는 곳이 바로 동구릉이기도 합니다.
1408년(태종 8)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건원릉이 처음 조성되었고, 이후 문종의 현릉, 선조의 목릉, 현종의 숭릉, 장렬왕후의 휘릉, 단의왕후의 혜릉, 영조의 원릉, 헌종의 경릉이 차례로 조성되었습니다.
당시 능의 개수에 따라 동오릉, 동칠릉으로 불리다가, 1855년(철종 6) 추촌 문조(효령세자)의 수릉이 이곳에 옮겨지면서 동구릉이 완성되었습니다.
[조선왕릉] 조선왕릉이 가장 많은 구리 동구릉(입장료 및 주차장 정보)
오늘은 조선 20대 임금인 경종과 그의 첫 번째 비인 단의왕후가 잠들어 있는 동구릉 혜릉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혜릉은 동구릉 서쪽에 아담하고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선 20대 임금인 경종의 첫 번째 왕비 단의왕후의 단릉입니다.

동구릉 혜릉 홍살문
홍살문은 능이나 원, 묘, 궁 등 정면에 세우는 붉은 칠을 한 나무 문으로, 지붕 없이 화살모양의 나무를 나란히 세웠고, 그 중간에 태극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홍살문이 있다는 것은 이곳이 신성한 곳이니 격식이나 예절을 갖추라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단의왕후 심씨(1686~1718)는 청은부원군 심호의 딸로 1696년(숙종 22) 10살의 나이에 왕세자빈이 되었으나, 경종이 즉위하기 전에 세상을 떠나 왕비가 되지 못했고, 시어머니인 장희빈이 사약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았으며, 친정 역시 당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았던 비운의 세자빈이었습니다.


왼쪽에는 수라청이, 오른쪽엔 수복방이 있습니다.
수라청은 재실에서 준비한 제례음식을 데우고 진설하는 곳이고, 수복방은 능원을 지키는 사람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경종(1688~1724, 재위 1720~1724)은 숙종과 옥산부대빈 장씨(희빈 장씨)의 첫아들인데요.
어머니 장희빈이 사약을 받고 죽는 비극을 직접 겪었고, 사춘기 시절부터 노론 세력의 강한 견제와 압박 속에서 자랐습니다.
1680년(숙종 16)에 왕세자가 되었고 1720년에 왕위에 올랐지만, 자식은 없자 노론의 압박으로 이복동생인 연잉군(훗날의 영조)을 왕세제(임금의 동생인 후계자)로 책봉해야 했습니다.
소론은 경종을 지키려 하면서 신임사화가 발생해 궁에 피바람이 불었고 했고, 재위한 지 4년(1724)만인 37세에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역사는 경종을 당파싸움에 휘둘리며 병약하고 정치적 결단력이 부족해 존재감이 약했던 왕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자각 위에 홀로 있는 단의왕후의 혜릉 모습
선의왕후 어씨(1705~1730)은 어유구의 딸로 단의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1718년(숙종 44)에 왕세자빈으로 책봉되었고, 경종이 왕위에 오르자 왕비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왕비는 되었지만, 경종이 죽은 후 경순왕대비가 되었고, 소론이 몰락하면서 고립되었다가 1730년(영조 6)에 26세의 일기로 후사 없이 생을 마감했습니다.
조선 20대 왕 경종(1688~1724, 재위 1720~1724)과 경종의 두 번째 왕비 선의왕후 어씨(1705~1730)의 능은 서울 의릉에 동원상하릉으로 있습니다.

혜릉의 정자각
정자각은 제향을 올릴 때 왕의 신주를 모시던 곳으로, 위에서 봤을 때 丁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제향음식을 차려놓는 정전과 제례를 올리는 배위청이 합쳐진 전각입니다.
단의왕후는 1718년 세자빈 시절 사망하여 단의빈묘로 조성되었고, 경종 즉위 후 단의왕후로 추존되어 혜릉으로 승격했습니다.
1722년에 왕릉의 형식에 맞게 무석인, 난간석, 만주석 등을 새로 세웠고, 혜릉의 석물은 명릉(숙종과 인현왕후의 능)의 제도에 따라 사실적으로 만들어져 문석인과 무석인이 사람의 크기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점이 특징입니다.

혜릉 정자각에서 바라본 진입로 모습
처음에 세자빈묘로 조성되어 작은 규모인 상태에서 왕릉으로 승격된 것이다 보니 다른 조선왕릉보다 적은 규모입니다.
그래서 다른 왕릉보다 아담하게 보입니다.

혜릉 정자각 제향공간

목릉의 기신제는 매년 3월 8일입니다.

혜릉의 비각

혜릉 비문
왕릉의 비각에는 왕과 왕비의 생애, 시호, 업적, 능의 조성 기록 등이 새겨진 비문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한문으로 기록되었으며, 조선 왕실의 권위와 유교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경종과 단의왕후, 선의왕후는 모두 20~30대의 젊은 나이에 비극적이고 쓸쓸한 생을 마감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선 역사에서 그다지 존재감이 없는 임금이지만, 이들의 능인 의릉과 혜릉을 방문해 보면 조선 왕실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당쟁의 씁쓸함과 고독함이 잔잔하게 전해져 오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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