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성북동 길상사에 들렀습니다.
연말이 되면 매년 길상사 달력을 벋으러 들리는데, 올해엔 조금 늦게 갔더니 달력이 모두 떨어져 구하지는 못했습니다.
길상사는 법정스님이 만든 조계종 사찰인데요.
법정스님과 길상사는 한국 불교계에서 '무소유'와 '나눔'의 가치를 상징하는 가장 아름다운 인연으로 꼽힙니다.
김영한(법명 길상화) 할머니는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나머지, 당시 시가 1,000억 원대에 달하던 대원각 부지를 부처님 도량으로 만들어달라며 법정스님께 기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당시 대원각은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요정으로 꼽힐 만큼 유명했던 곳으로 법정스님은 너무 과분하다며 10년 넘게 거절하다가 김영한 여사의 끈질긴 간청 끝에 1995년 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특별한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저는 길상사의 고즈넉하고 아늑한 풍경 때문에 1년에 서너 번은 찾는 사찰입니다.
금년엔 작년 부처님 오신날과 연말 달력을 받으러 간 이후 방문으로 오랜만에 찾았네요.

길상사 일주문
당시 법정스님은 순수 시민운동인 '맑고 향기롭게'를 창설하여 마음과 세상, 자연을 깨끗하게 가꾸는 운동을 펼쳤는데요.
대원각을 기부받아 극락전을 짓고, 대원각 건물 대부분을 스님 처소 등으로 그대로 사용하며 1997년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로 문을 열었습니다.
(1995년에 송광사 말사인 대법사, 1997년에 길상사로 개명 - 밥장스님이 송광사 소속이었음)
길상사로 꾸미면서 원래 대원각에 있는 건물들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주문 역시 과거 대원각 대문역할을 하던 솟을대문 형태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길상사 안내도
길상사는 요정이었던 대원각 시절에 있던 건물 그대로 사용하는 걸 기본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본전인 극락전은 대원각 연회장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작은 별채들은 스님들 처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찻집과 불교도서관으로 이용하고 있는 지장전은 2005년 대대적인 개보수로 만든 것이고, 템플스테이로 사용하고 있는 설법전과 범종각은 2008년에 신축했습니다.
그리고 설법전 옆에 있는 길상사 7층보탑은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법정스님과 김영한의 고귀한 뜻을 기리기 위해 기증한 탑입니다.
길상사 경내에는 극락전과 범종각, 적묵당(침묵의 집), 길상선원, 지장선, 설법전, 길상화 공덕비 등이 있고, 법정스님이 생전 기거했던 진영각 등이 있습니다.

길상사 설법전
템플스테이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길상사는 종교 간의 벽을 허물고 화합을 실천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1997년 개원법회가 있던 날 김수환 추기경이 개원축사를 했고, 2005년 부처님 오신 날에는 김수환 추기경과 수녀님들을 초대해 길상 음악회를 여는 등 종교를 뛰어넘는 만남을 갖기도 했습니다.
설법전 앞에 있는 성모마리아를 닮은 관세음보살상은 천주교 신자인 최종태 교수의 작품으로, 종교 화합의 의미를 담아 그에게 불상 제작을 의뢰하여 만든 것입니다.
아울러 법정스님은 개신교의 거목인 강원룡 목사와도 인연이 깊어 종교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서로 대화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여러 대화 모임을 함께 이끌었습니다.
또한 법정스님은 이해인 수녀님과는 1970년대부터 입적하실 때까지 편지와 글을 주고받으며 정신적인 교감을 나눈 사이로도 유명합니다.

길상사 극락전
극락전에는 아미타부처님을 주불로 두고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을 협시보살로 봉안하고 있습니다.

극락전 앞에 있는 동자상
누군가가 요구르트를 갖다 놓았네요.

길상사 지장전
불교 도서관과 공양간, 다리니 다원이 있는 건물입니다.

길상화(김영한) 공덕비와 사당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감명깊게 읽고 평생을 일궈온 대원각 전 재산을 기부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받아 마땅하겠지요.

서쪽 언덕에 있는 많은 별채들
과거 대원각 운영 당시에는 손님을 접대하던 곳으로 밀실정치나 귀빈들 연회공간으로 사용하던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고요한 수행의 공간, 스님들 처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길상사 진영각
법정스님이 길상사를 만들고 입적할 때까지 기거했던 공간입니다.
지금은 법정스님의 영정과 생전 사용했던 유품, 책 등을 전시하고 있는 용도로 사용 중입니다.

진영갑 옆에 있는 법정스님 유골 모신 곳
법정스님이 길상사에서 입적하신 후 송광사로 옮겨져 화장했고, 그의 유골은 이곳과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 두 곳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길상사 진영각
법정 스님은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1956년 효봉 스님의 제자로 출가하셨으며, 2010년 음력 1월 26일 길상사에서 입적하셨습니다.
스님의 대표 저서인 '무소유'와 '맑고 향기롭게', '산방한담', '오두막 편지', '버리고 떠나기'는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법정스님은 길상사 진영각에서 머물렀는데요.
폐암 증세로 삼성서울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다가 입적 직전 길상사로 거처를 옮겨 2010년 3월 11일 오후 1시 51분경 행지실에서 열반에 드셨습니다.
스님의 유지에 따라 장례식 없이 관도 만들지 않은 채 평소 입던 가사 상태로 그대로 송관사에 옮겨졌고요.
스님의 유골은 순천 송광사 불일암과 길상사 진영각 나무 아래에 나누어 뿌려졌습니다.
법정스님은 입적하실 때까지 스스로 만든 나무 의자와 낡은 가사 한 벌만을 남기셨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겨 마지막까지 무소유를 실천하셨습니다.

진영각에서 바라본 길상사 겨울풍경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송월각이라고 적힌 곳이 있습니다.
대원각 시절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고급 손님들을 모시던 연회장으로 사용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맑고 향기롭게 이사장실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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